"손 다쳤어? 한 손으로 일하든지 나가"
<미수다>엔 안 나오는 어글리 코리아
[노동히어로 FGI ③] 이주노동자들이 증언하는 '죽음으로 내모는 코리안드림'

    이경태 (sneercool)  



IMF 이후 비정규직 및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 증가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취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노동·인권실태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노동을 말할 수 있는 <우리 사회 노동 히어로가 말한다> FGI(Focus Group Interview)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참여연대 <우리시대 노동HERO가 말한다> 바로가기



  
  
▲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시대 노동 히어로가 말한다> 세번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그룹 인터뷰)가 26일 저녁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이경태  이주노동자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주 노동자의 수는 약 54만명(법무부 6월 통계). 이 중 절반 이상이 '미등록 체류자'이다.



20만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소식은 간간이 뉴스를 타고 전해진다.  출입국 보호실에 수감돼 있던 이주노동자가 보호실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투신하거나, 단속반을 피해 황급히 건물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소식이 많다.



저임금, 임금체불, 산재미등록 등 사업주들의 부당 노동행위가 고발되기도 하지만, 이주노동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2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3박4일 일하고 하루치 수당... "싫으면 나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질서 확립방안'을 살펴보면 현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팍팍해질지도 모른다.



노동부는 기업들이 그동안 사측이 관행적으로 부담하던 숙식비를 이주노동자에게 분담토록 했다. 또 최저임금 감액 적용(10%)이 가능한 수습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더 늘리고, 잦은 임금체불과 퇴직금 미지급 때문에 사업자들에게 '의무' 가입토록 했던 체불임금 보증보험과 출국만기보험도 '임의 가입'으로 바꿀 방침이다.



26일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시대 노동 히어로가 말한다> 세번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그동안 그들이 겪은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과 차별로 숨져간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식'이 지난 2005년 10월 서울 종로 제일은행앞에서 96명의 신위가 모셔진 가운데 35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임금체불, 산재미적용 등은 FGI에 참여한 모두가 경험한 이야기였다. 네팔 출신의 깨다르(33)씨는 한국에 온 지 7년이 넘었다. 그 7년 간 깨다르씨가 경험한 한국의 공장은 무자비한 곳이었다. 다른 한국인 노동자들이 노는 날에도 그는 일해야 했고, 공장장이 지시한 일을 제 시간에 끝마치지 못하면 폭언을 들어야 했다.



"2년 정도 일한 공장에서 물건을 나르다가 왼팔을 다쳤다. 염증이 생겨서 일을 못하는 상태인데 사장이 '이제 일 못하니깐 집에 가라'고 하더라. 산재 처리라도 해달라고 하니 '비자 있어?'라고 되물었다. 집에 가란 이야기였다. 나중에는 '한쪽 손으로라도 일하라'고 그랬다."



1997년에 입국한 티벳 출신의 텐진(32)씨는 사장이 수출납기일을 맞춰야 된다고 사정해 가죽재단기계 앞에서 3박4일 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은 없었다. 공장에 그 혼자만 남아 기계를 돌렸는데도 돌아온 것은 야간수당 하루치가 붙은 것 뿐이었다.



"너무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면 하루 쉬겠다고 말했더니 사장이 '니가 뭘 했다고 하루 더 쉬냐, 나가라'고 말했다. 그 때 정말 많이 울었다.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일했으면 '고맙다'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임금이 적은 것은 둘째치고 이주노동자를 사람답게 보지 않는 것들이 가슴에 많이 남아있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9년 전 어머니 치료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마붑(32)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마붑씨는 귀가 안 들려 야간근무 대신 근무 시간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장은 "경찰한테 신고하겠다"며 협박했다. 마붑씨는 그 때 '이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를 일하는 기계라고 생각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인사 안 했다는 이유로 한국 노동자들에 집단 폭행



  
  
▲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시대 노동 히어로가 말한다> 세번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그룹 인터뷰)가 26일 저녁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이경태  이주노동자





사업장에서 폭행까지 당한 경우도 있었다.



텐진씨는 의정부의 한 공장에서 과장한테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 한번 맞서보려 했지만 '외국인 새끼가 때린다'는 과장의 외침에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모두 몰려나와 그를 두들겨 팼다.



고발도 못했다. 자신이 추방되는 것까지 무릅쓰고 언론사와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그를 말렸다. 아직 월급을 받지 못한 게 있는데 자신이 신고를 하면 나머지 이주노동자들이 밀린 돈을 받지 못하고 공장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텐진씨는 사장의 중재로 합의를 하려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폭행보다 더한 모멸감이었다. 과장은 텐진을 무릎 꿇린 후 그의 목을 발로 눌러 얼굴을 땅바닥에 비볐다.



"결국 그 공장은 그동안 일한 3일치 임금과 약값만 받고 나왔지만, 과장을 죽여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6개월 간 그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살기도 했다. 이제는 괜찮지만 (그런 일은) 정말 아프다."



경찰이 그들의 안전을 지켜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단속 대상일 뿐이다.



깨다르씨는 최근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동대문의 한 모텔에서 1박을 했다가 도둑에게 지갑을 털렸다. 그들뿐만 아니라 그 모텔 투숙객 상당수가 도둑에게 당한 상태였다. 그러나 수사 나온 경찰관은 그들에게 피해 상황 등은 물어보지 않고 "외국인 등록증은 있느냐"고 먼저 물었다. 그 중 1명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것을 안 경찰은 다짜고짜 이들에게 "강제출국시킬지도 모르니깐 빨리 가라"고 몰아냈다.



이들은 대개 이런 일을 겪고 모국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대한 증오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텐진씨는 이런 점을 우려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나는 내 자식한테 내가 겪은 일을 분명히 들려줄 것이다. 적어도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살아왔다는 이야기는 해주고 싶다. 다른 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직접 겪은 당사자가 모국에서 한국인을 봤을 때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현행 고용허가제로는 문제해결 못한다"




  
  
▲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 민종덕  이주노동자




이런 이주노동자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들은 현행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균등대우의 원칙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지만 사실상 ▲사업장 이동 제한 ▲이주노동자 정주화 방지 원칙(체류기간 3년, 1년마다 재계약) 등으로 인해 그 원칙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마붑씨는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5천명의 노동자가 들어온다면 현지에서는 5만명 이상이 신청한 것이라 보면 된다"며 "들어오려면 1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정도를 주는 회사에서 3년 이상 일해서 그 비용 이상을 벌 수는 없다"며 "게다가 사업장을 합법적으로 3번 옮길 수 있지만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알선에 나서지 않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깨다르씨도 "노동부가 회사들을 알려주지만, 근무환경·급여수준 등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친구는 노동부에서 알려주는 회사를 찾아갔지만 노동 조건이 맞지 않아 1달이 넘도록 일터를 찾지 못했다"며 "여기를 가봐라, 저기를 가봐라 하는 식의 안내만으로 제대로 된 일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텐진씨는 "고용허가제라고 만들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주노동자들은 그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용허가제가 종이로 돼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글로 돼 있지 않다"며 "고용허가제가 나쁘다, 좋다 하기 전에 그런 것이라도 하나 있지 않은 이상 이주노동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고용허가제는 고용인만 있지 노동자란 단어가 없다, 말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그 법을 만드는 테이블에 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언제 한국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했나. 아니다. 부모와 가족을 위해 돈 벌려고 온 사람들이다. 단지 이들은 그동안 잘 몰라서 당하는대로 살았다. 하지만 (부조리한 현실을) 피부로 느낀 사람들, 이주노동자 노조 등이 그에 대해 정부와 함께 논한다면 방법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공장일 대신 MMTV(Migrant Worker Television)에서 미디어운동을 하고 있는 마붑씨는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을 바꾸는 운동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붑씨는 "<미녀들의 수다> <러브인아시아> 등을 보면 외국인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각은 호의 아니면 동정 밖에 없지만 실제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며 "이주노동자들도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만큼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관심 있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곳에 살고 있는 이상, 노조도 필요하고, 미디어도 필요하고, 국회의원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면 그 사람이 필요한 기본바탕이 있어야 한다."
출처 : "손 다쳤어? 한 손으로 일하든지 나가"
<미수다>엔 안 나오는 어글리 코리아 - 오마이뉴스


잔업 다하고 100만원... 이주노동자는 쥐어짜도 돼?
[노동히어로 FGI 후일담 ②]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임운택 (news)  


▲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마련한 <우리 시대 노동 히어로가 말한다> 세번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그룹 인터뷰)가 26일 저녁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 이경태  이주노동자




"우리도 한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인정받고 싶어요."



지난 십수 년 동안 반복해서 들었던 말들이고 이번 FGI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된 지 이미 오래지만, '이주노동자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정부 정책과 예산 문제가 맞물리면서 결혼 이주여성, 다문화 정책과 같은 잘 나가는 이슈로 인해 오히려 부차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단순 기능·저숙련 이주노동력을 활용함으로써 산업경제활동의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노동시장의 이기적인 이유에 의해서 유입된 이주노동력을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극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이들을 사회적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에 있다. 말도 안 되는 혈통주의가 한국의 사회문화적 토양의 특성이라고 핑계 대기에는 대단히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이 노동시장적 접근에 방점이 찍혀있는 한 고용허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및 기본권 침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시장의 모든 열악한 상황의 합집합, 이주노동자 문제



  
  
▲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도의 비교  
ⓒ 임운택 계명대 교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각종 이슈들은 노동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열악한 상황의 합집합과 같다. 이번 FGI에서도 드러났듯 저임금과 임금 체불, 높은 노동 강도는 물론이고, 20여 년 이상 이주노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준 신체적·언어적 폭행 등 인권 침해 상황도 여전하다.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의 폐해(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운동 진영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허가제' 도입을 주장하였으나 사용주 반대에 부딪혀 2003년 11월 노동허가제 대신 고용허가제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제도 변화로 이주노동자의 신분과 이주노동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표 1 참조)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합법화된 제도 아래 더 많은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국내 노동시장 보완 및 내국인 우선 고용 의무화 원칙, ▲외국인 정주(定住)화 방지 원칙에 기초하여 차별을 기본 원칙으로 시스템이 정비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① 국내 노동시장 보완의 원칙] 노동3권은 주되 한국인 노동자와는 달라야



  
  
▲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 민종덕  이주노동자




우선 국내 노동시장 보완 원칙은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가 시행되던 시기와 마찬가지로 외국 인력 활용이 국내 노동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이주노동력이 내국인의 고용 기회를 빼앗거나 노동시장 내 임금 및 근로조건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노동시장 보완 원칙은 내국인 우선 고용 의무화 원칙과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근로자'로 규정함으로써 논리적으로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과 노동3권을 보장받으며, 균등대우의 원칙(고용허가제 제 22조)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잔업과 특근을 빠짐없이 하더라도 월 평균 100만원에서 110만 원 정도의 저임금, 장기간노동이라는 기막힌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난 9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는 주로 중소기업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력 운용을 '효율화·선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현재 대부분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숙박비·식대를 이주노동자 본인이 부담토록 관계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어차피 한국에서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마른 수건 쥐어짜듯 쥐어짜도 괜찮다는 생각인 듯하다. '각종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을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의 요체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② 정주화 방지 원칙] 열악한 이주노동자 노동시장 창출



  
  
▲ 한 이주노동자가 지난 2007년 12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주노조지도부 3인 강제출국 규탄한다,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주노조


고용허가제의 또 다른 기본 원칙으로서 정주화 방지 원칙(체류기간 3년, 1년마다 재계약)은 일하면서 더 오래 체류하기를 원하는 이주노동자를 손쉽게 미등록체류자로 만들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이들을 강제 출국시키는 방안 외에는 아무런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의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사용주들이 있기에 이러한 상황을 악용한 음성적 노동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제도 외부의 노동시장이 형성되면 임금 및 노동 조건 하락과 인권 침해의 사각지대가 더욱 확대된다(대표 사례는 2005년 1월에 발생한 태국노동자들의 노말헥산 집단 중독 사건).



더욱이 이주노동자에게 체류자격과 연동하여 사업장 이동을 제한(고용허가제 제 25조)하고 있는 현행법은 이주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3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사용주는 사업장 이탈 신고를 무기로 이주노동자에게 근로조건이나 처우(인간적인 대우, 사회보장 등) 등을 불리하게 만들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사업장을 벗어나 다른 취업 가능한 사업장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이주노동자는 즉각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리거나 임금 덤핑 등 고용 조건 하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내외국인 간 균등대우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허가 또는 신고된 사업장 사이에는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보장해야 하며, 나아가 내외국인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국가·인종·계급 문제의 복합체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문제가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이주노동의 문제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차원을 공유하고 있는데도 사회 구성원들이 본질적으로 우리사회의 구성적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사회 자체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면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문제는 한국사회의 발전적 재구성이라는 차원에서 재인식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주노동 문제는 한 국가내의 문제인 동시에 송출국과 유입국 사이의 국가 간 문제이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동시에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들어온 개인의 욕망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 노동과 자본이라는 계급적 문제인 동시에 인종 문제이기도 하며,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노동 시장 재편 혹은 구조조정 문제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문화적 관용 혹은 배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현행 고용허가제는 노동허가제로 시급히 전환되어야만 한다.
출처 : 잔업 다하고 100만원... 이주노동자는 쥐어짜도 돼?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