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게 이주노동자는 아직도 남인가"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민주노총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는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만 연대하는 사안입니다. 이제는 이주노동자를 연대의 문제가 아닌 스스로의 문제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황필규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17일 민주노총교육원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송·출입과정과 민주노총 개입과제’ 워크숍에서 쓴소리부터 던졌다. 이번 워크숍은 민주노총이 그동안 '이주노동자 조직화사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황 변호사는 민주노총의 이주노동자 관련활동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이주노동자 전담부서는커녕 담당자조차 없고 이주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다국어 안내책자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 변호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중심인 서울경기인천이주노조와의 연대사업이 주를 이루다보니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와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다수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직화는 방기되고 있다”며 “전투적이고 가시적인 이주노동자 관련투쟁이 실제로는 현장에 기반한 실질적인 노동운동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황 변호사는 그러나 지난 6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송출국 노동자와 한국 이주노동자운동의 연대를 위한 국제회의'(민주노총 후원·이주노조 주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제회의 참가자들은 △네팔·방글라데시-한국 사이에 국제이주노동자연대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각국에서 교육·선전활동을 펼치는 등의 권고사항을 채택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기존 이주노동자 연대사업에 대한 진지한 재고가 없다면 이마저도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황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사업은 우선 내부적 의제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이주노동자를 ‘우리의 문제’로, 내부 의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스페인노총의 경우 이주노동자 유입이 많은 모로코와 에콰도르 현지에서 이주노동자 정보센터를 운영하며 이주민 권리보호를 위해 해당국 노조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운수노동자들은 조합신분증제도를 도입해 타국 이동 중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창근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민주노총 비정규조직실 주관으로 이주노동권담당자회의를 구성했으나 실질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고 민주노총 전반적으로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상담센터 등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상담 등 지원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기사입력 : 2008-09-17 05:46:14
최종편집 : 2008-09-18 08:4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