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약속을 저버릴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주노동자 관련, 노동부와 법무부의 행정 공조를 바란다

    고기복 (princeko)  



"한 달 뒤에 봐요."



지난 5월 말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귀국길에 올랐던 반타이(Van Tai)는 요즘 속이 탄다. 출입국관리소에서 '반타이가 일했던 회사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했었다'는 이유로 반타이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타이는 3년을 일하면서 성실과 근면함을 인정받아 재계약을 할 수 있었고 자신처럼 출국했던 사람들이 별 탈 없이 재입국하는 것을 보아왔던 터라, 출입국에서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자신은 대한민국 노동부에서 발급해 준 '재입국 취업활동 확인서'를 갖고 있는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다는 게 더더욱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입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반타이는 "아무리 힘없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약속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이 그 약속을 저버릴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재입국에 대한 기대로 매일 한국에 전화를 하고 있다.




노동부선 허가 했는데, 출입국선 안 된다?



그러나 반타이의 기대와는 달리 그가 재입국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하면, 반타이가 다녔던 회사는 출입국법 위반으로 500만원의 벌금을 납부한 바 있어 3년간 외국 인력에 대한 사증 발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일로 반타이가 출국할 때 공항까지 마중했다는 업체 관계자 역시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반타이가 노동부에서 '재입국 취업활동 확인서'를 받아 출국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생각이나 했겠어요? 나중에 알아보니까, 예전에 우리 회사에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다 단속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외국 인력을 쓸 수 없다고 하네요. 워낙 일손이 없다 보니까 궁여지책으로 불법체류자를 썼던 건데, 재수가 없었죠. 출입국 말로는 벌금이 500만원이 넘으면 3년간 외국 인력을 쓰지 못하고, 500만원이 넘지 않으면 1년간 외국 인력을 쓰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외국 인력 제한업체라는 사실을 그전에 통보받은 적은 없는지 물었다.




"전혀요. 그것도 웃긴 게 출입국에서 비자를 주지 않을 거면, 노동부에서 '재입국 취업활동 확인서'를 떼 주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건 정부 이름으로 한 약속인데…. 그리고 이건 완전 출입국이 때린데 또 때리는 거 아닌가요? 거, 일사부재린가 뭔가 하는 것도 있잖아요. 일이 이렇게 꼬이니까, 3년을 같이 일한 사람에게 거짓말하는 것 같고 죄지은 기분이에요."




행정공조 미비로 피해 본 사람만 200여명



반타이처럼 '재입국 취업활동 확인서'를 발급받고 귀국했던 이주노동자 중에 노동부와 출입국간의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재입국이 제지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노동부 외국인력고용팀에 의하면 6월 현재,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했던 이주노동자들 중 일시 출국을 한 뒤 미 입국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본인 취소가 46명인 반면, 사업주 취소는 39명, 기타 고용주의 출입국법 위반 등으로 인한 입국 제한이 21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부와 법무부 출입국 간 행정 공조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본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풀어야 할 양 부처는 '나 몰라라'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규제완화에는 관심 없어 보인다.




반타이에게 확인서를 발급해 줬던 노동부는 "본인에겐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재입국 취업활동 확인서가 비자를 발급해 주겠다는 약속은 아니기 때문에, 법무부 출입국에서 비자를 주지 않는 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변명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이후, 정부는 줄곧 노동부와 법무부 출입국이 외국 인력과 외국인 고용업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혀 왔었다. 그런데 양 부처가 외국인력 고용업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지금까지 해법은 없고, 때린 데 또 때리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한 약속은 휴짓조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