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주노조 지도부 강제추방은 국가주의적 폭력 / 권영국
왜냐면


  

인권위서 강제퇴거 유예한 결정 묵살
표적단속에 몰래 공항 빼돌려 추방
누구보다 법 준수해야 할 법무부가
적법절차 무시하고 초법적 행태 자행

이달 15일 밤 9시30분쯤 법무부는 이주노조 토르너 위원장(네팔)과 소부르 부위원장(방글라데시)에 대해 강제퇴거조치를 단행했다. 이주노조 지도부는 5월2일 이주노조 사무실 앞과 자신이 살고 있던 집안에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직원들에게 불법체류 혐의로 ‘단속’(체포)돼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보호’(수용)돼 왔다.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법무부의 이번 단속과 강제추방에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절차적 위법과 초법적인 오만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서울출입국의 표적단속과 노동권 침해를 이유로 한 진정서를 접수받고, 15일 오전 11시께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위 두사람의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사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강제퇴거명령서의 집행을 유예할 것을 권고한다는 긴급구제결정을 하고 이를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지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결정을 존중하기는커녕 이를 묵살한 채 대리인들에게조차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이들을 인천국제공항으로 빼돌려 같은 날 밤 9시30분쯤 강제로 추방해버렸다. 정부 스스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설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합법적인 조사권한(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과 긴급구제조처 권고결정(같은법 제48조)을 묵살해 버린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60조에서는 위원회의 긴급조처를 방해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권력의 힘을 믿고 초법적인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이는 국가시스템에 대한 쿠데타이자 폭거다.

둘째, 이주노조 지도부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직원들에게 단속되자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표적단속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법무부는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대리인에게 통보하기도 전에 강제추방을 은밀하게 진행했다. 대리인은 강제추방의 징후를 파악하자마자 강제퇴거명령취소소송과 강제집행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이미 법원에 제기해둔 상태임을 긴급히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구두와 팩스로 통보하고 강제퇴거집행정지를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대한민국 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조차 묵살한 채 강제퇴거를 집행했다. 한마디로 법무부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당사자의 재판청구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조차 철저히 묵살하고 외국인에게 권리구제절차를 보장하고 있다는 자신의 선전마저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 원리를 권력과 현실의 힘으로 짓밟아버린 개인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다.

셋째,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표적단속과 강제퇴거조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13일에도 표적단속 시비를 불러일으키며 제3기 이주노조 지도부 3인(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을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하고 서둘러 추방시켜 버렸다. 정부의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연이은 표적단속과 강제퇴거조처로 인해 이주노조(이주노조는 서울고등법원에서 합법적 노조로 인정되었으나 서울지방노동청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음)는 와해 직전에 이르렀고, 이주노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표적단속과 강제추방을 무릅써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이주노조 지도부에 대한 계속적인 표적단속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순한 강제퇴거가 아니라 이주노조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탄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보다도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할 법무부가 적법절차 원리를 무시하고 초법적 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이주노조 설립 문제가 법원에 계류 중인 사실을 두고 “이것은 전세계에 이례가 없는 일”로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권과 긴급구제조치마저 처절하게 짓밟혀버린 것이다. 법집행을 이유로 적법절차를 짓밟아버린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이주모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