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魔가 집어삼킨 코리안 드림
( 사회면  2007-5-1 기사 )




 -양구 해안면 컨테이너 박스 화재 잠자던 외국인 3명 숨져

 접경지에서 일궈 보려던 외국인 노동자의 코리안 드림이 하룻밤 사이에 화마로 산산조각났다.

 30일 0시30분께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 컨테이너 박스에서 불이나 이곳에서 잠자던 태국 국적의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3명이 불에 타 숨졌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원인과 사인규명에 나서는 한편 출입국관리소 등을 통해 이들의 인적사항 파악에 나섰다.

 또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되지만 불에 탄 사체 3구중 1구가 움직인 흔적 등이 있는 것으로 미뤄 타살 가능성도 열어놓고 1일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경찰과 주민들에 따르면 숨진 이들은 그동안 이곳 콘테이너에서 생활하면서 해안지역 고랭지 채소밭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농촌지역에 일손이 부족하자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도내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날 화재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 일대 고랭지밭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70~80명이 인근 야산으로 도망가거나 잠적해 경찰이 소재파악에 나섰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 산업연수생이거나 인력수입업체 등을 통해 입국했다가 6개월에서 2년여간 체류 도중 이탈한 불법체류자들로, 입소문을 듣거나 용역업체 주선으로 찾아와 하루 일당 5만원씩을 받고 고랭지감자 파종 등 농사일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300만~400만평의 대단위 고랭지채소를 재배하는 이 지역 농민들은 “파종기를 맞아 일손이 너무 부족해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 농민은 “농촌에서는 임금을 떼일 일도 없는데다 일을 하면서도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수 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선호하고 있다”며 “농번기 극심한 인력난을 겪는 농촌현실을 감안해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연수생화 등 제도적인 대체인력 수급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