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중노위의 ‘직권중재’

중앙노동위원회가 철도노조의 쟁의행위를 두고 엊그제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다. 이해할 수 없는 조처다. 직권중재 제도는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에서 노동 탄압국이란 오명을 쓰게 해 온 문제가 많은 제도다. 더욱이 내년부터 아예 폐지하게 돼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개정돼, 두 달이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제도를 중노위가 왜 이 시점에 들고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중재에 회부되면, 그날부터 보름 동안 노동자들은 어떠한 쟁의행위도 할 수 없다. 쟁의행위를 벌이면 모두 불법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철도·병원 등 이른바 필수공익 사업장에서는 노동쟁의가 ‘직권중재 회부→불법파업→해고, 손배가압류, 구속’이란 절차가 하나의 공식처럼 돼 왔다. 그간의 철도노조 쟁의행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직권중재는 합리적인 중재보다, 결과적으로 노동쟁의를 파국의 악순환에 빠뜨리게 하는 구실을 해 왔던 것이다. 중노위가 설마 이런 상황을 원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중노위는 이번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하면서 “조합원의 조직 비율이 76%에 이르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경우 고속 및 일반철도의 운행 중단으로 하루 평균 265만명의 승객과 12만톤의 화물운송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공익기관으로서 중노위가 국민의 불편과 파업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직권중재 회부의 핵심적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라면 필수공익 사업장 대부분의 파업은 애초부터 일어나선 안 된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불편과 사회적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이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노동자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은 물론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더욱이 철도노조는 쉽사리 파업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파업 찬반투표에서 노조원의 절반 남짓만이 찬성에 손을 들었다. 곧 절반에 가까운 노조원이 파업을 원하지 않았다. 중노위가 직권중재 결정을 내릴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린 중노위의 결정이 도리어 중노위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만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 다툼을 조정·중재하는 준사법적인 공익기관이 신뢰를 잃는다면 어떻게 제대로 구실을 하겠는가.

(2007-11-02 한겨레 사설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