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가 왜 불쌍해요?”라고 말하는 고용주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최정의팔(우리 센터 소장)

   어느 회식자리에서 외국인노동자센터를 운영한다는 소개를 하자 옆에 앉아있던 낯모르는 분이 질문을 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왜 불쌍해요?”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 지도 20여년이 넘어서기 때문에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적어도 상식이 있는 분으로부터 점잖은 석상에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되니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소위 ‘외국인노동자 강제추방모임’ ‘불법체류자 추방운동본부’등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 있기는 하지만, 전혀 인연이 없었던 분으로부터 지극히 점잖게 질문을 받으니 무엇이라고 해야 할 지, 그 분이 정말 이주노동자의 상황을 몰라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어서인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가 처한 상황에서 특히 그 분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의료문제, 직장이동의 자유문제, 임금체불 문제 등을 이야기했다.

   그 분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혀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회사는 경기도 양주에서 10여 명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체인 ‘00정밀’인데, 선반으로 모양을 내서 옷 모양을 인쇄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다. 선반으로 모양을 내는 일이 힘들기 때문에 한국인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아니라고 한다. 회사에서는 한국인, 외국인의 차별이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당연히 4대 보험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의료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언제든지 본인이 원하면 직장이동을 허용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이 직장이동을 원하지 않고 계약기간인 3년 동안 계속 근무한다고 한다. 그 분 자신도 한 때는 직장인으로서 조그마한 회사의 노조위원장까지 했기 때문에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회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고, 오히려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해줄 때 더 회사운영이 잘된다고 역설했다.

   그 분의 이주노동자 인사관리 정책은 독특하였다. 우선 임금책정이 보통 제조회사와는 달랐다. 보통 다른 고용주들은 이주노동자의 기본급을 최저임금제 기준으로 하여(2008년 현재 시간당 3,770원 계산) 주 44시간에 8십5만2천20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반해 그 회사에는 기본급을 1백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가급적 야간근무나 휴일근무를 시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초과근무를 시키지 않는 것은 그렇게 되면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노동효율성이 떨어지고 또한 경비도 많이 지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야간근무나 휴일 특근을  하게 되면 그 다음날 업무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는데, 특히 휴일을 쉬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심하다고 한다. 지출경비도 야간근무일 경우 임금 1.5배(여기에 식대 등으로 포함시키면 더 많다), 휴일근무는 2배의 임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일이 많을 경우에는 새로운 인력을 보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돈을 벌려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야간이나 휴일근무를 하여 더 많은 돈을 벌려고 이 회사를 이직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도 한 번 이 회사에 들어온 이주노동자가 다른 공장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서도 다른 공장에서 받는 만큼의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는 야간이나 특근을 시키지 않고 그 수당을 지급하지 않지만, 대신 다른 수당을 더 주어서 보통 1백 5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즉 어느 정도 회사생활에 익숙해지면, ‘익숙한 수당’이란 명목으로 20-30여만 원, 그리고 한국어를 잘하면 ‘우수 한국어 수당’이람 명목으로 20만 원 등 다양한 명목으로 다른 회사에서 야간근무, 휴일근무 등을 해야 겨우 받을 수 있는 월급총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제까지 한 번도 월급 날짜를 어겨서 늦게 월급을 지불한 적도 없다고 한다.

   그 분은 숙련된 노동력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다. 그 분 본인 자신도 노동부에서 수여하는 숙련된 기술자의 대명사인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도 오랫동안 한 회사에 근무할 때 숙련된 노동력으로 회사나 본인에게 이득이 된다고 보고 있다. 아직 그 분의 회사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분의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보통 한국인이 외면하고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공장에서의 노동조건이 그렇게 이상적일 수는 없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사회가 이제는 온갖 방법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외면하고 이주노동자의 단순 노동력을 착취할 것이 아니라 그 분이 말하는 것처럼 오히려 숙련된 노동력으로 고용주와 이주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