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감사패까지 받은, 18년 체류 이주노동자 ‘표적 단속’ 유희진·김지환기자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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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문화 시대‘법대로 잣대’
ㆍ네팔 출신 ‘미누’…장기 불법체류자 양성화 논란


갇혀버린 ‘미누의 꿈’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왼쪽)과 이주노동자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불법체류자로 단속된 네팔 출신 문화운동가 미누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8년째 국내에 머물며 이주노동자 밴드를 이끄는 문화운동가로 활동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미누(38·본명 미노드 목탄)가 지난 8일 법무부에 ‘불법체류자’로 붙잡히자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의 감사패를 받고 공개적으로 ‘문화 가교역’을 하다 추방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정부의 법 집행을 ‘표적 단속’이라며 반발, 장기 불법체류자 양성화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누는 88 서울올림픽을 보며 한국을 동경하다 1992년 15일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했다. 3년간 의정부 일대 식당에서 일한 뒤 가스밸브·김치·봉제 공장 등을 전전했다.

인생이 바뀐 것은 자신의 노래 실력을 확인하면서다. 98년 민가협이 주최한 ‘시민가요제’ 대상, 다음해에는 KBS ‘외국인 예능경연대회’ 대상을 받으며 노래활동을 벌여 문화부 장관 감사패를 받았다.

미누는 2000년 2월 경찰 불심검문을 받아 네팔로 쫓겨날 위기를 맞았지만 “임금 10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근거로 ‘보호일시해제’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그 후로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주력했다. 그는 2003년 11월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에 맞서 성공회성당 앞에서 농성하며 다국적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단속을 멈춰라)’을 결성했다. 12월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인권위날 기념식에서 공연했다. 미누는 그 후 전국 순회공연에 나설 때마다 프레스기에 잘린 손가락을 상징하는 빨간 고무가 코팅된 면장갑을 꼈다. 2007년 이주노동자방송(MWTV) 공동대표를 맡고 지난해에는 이주노동자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이주민과 한국인의 진정한 소통을 돕고 싶다”며 학교와 시민단체 강연에도 나섰다.

미누는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찾아온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내가 한국에서 살아갈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었는지, 18년이란 시간이 헛된 것이었는지 한국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미누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한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14일 서울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정부가 다문화사회에 기여해온 미누를 표적단속했다”며 “즉각 미누를 석방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잘 알아 가교 역할이 가능한 미누에게 추방 대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미누가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문화활동을 했다지만 실정법 위반이 분명하다”며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밝혔다.

<유희진·김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