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외국인 혐오 분위기 커져
2008-09-18 오전 11:53:10 게재

서아프리카 출신 청년 비스킷 훔친 혐의 구타로 사망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 전 유럽으로 확산

세계화로 인구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외국인 혐오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최근들어 이주 노동자들을 타깃으로 한 외국인 혐오가 점점 과격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4일 밀라노에서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19세 이탈리아 청년이 카페 주인들로 부터 구타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외국인 혐오 파문의 제2막이 올랐다고 현지 일간 ‘라레푸블리카’가 15일 보도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한 이탈리아 남성이 14일 새벽 밀라노 시내 카페 주인들로 부터 몰매를 맡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남성이 비스킷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인종차별적 욕설과 쇠파이프 구타로 숨진 19세 압둘 살람 기브르의 죽음으로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탈리아인들의 감정은 양분돼 있다. 한쪽은 “외국인증오라는 사회적 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쪽은 “갈수록 늘고있는 외국인 범죄로 인해 시민들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번 사건은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오인하게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이민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이민자 범죄도 늘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30일에는 로마 교외의 집시촌 부근에 사는 이탈리아 해군장성 부인이 한 루마니아 출신 청년에 의해 잔인하게 구타를 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로마시는 로마에서 발생한 살인·강도·성폭력 등 각종 범죄 가운데 75%에 집시를 포함한 루마니아인이 관여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외국인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탈리아 여론은 분노하고 사회와 국가적으로 외국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치타델라시는 지난해 11월 중순 외국인 이주자의 거주 자격에 관한 조례를 전격 발표했다. 도시에 거주하고자 하는 외국인 이주자는 범죄 경력이 없고, 가족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이 5000유로(약 800만원)를 넘어야 하며 시 정부가 설정한 수준에 부합하는 주택을 보유해야 한다. 또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5월 불법 이민자 집중단속을 벌여 400명 이상을 체포하고 800여명을 즉시 추방 했다. 7월말에는 나폴리 해변에서 물에 빠져 익사한 두 집시 소녀 시신을 방치한 채 그 옆에서 사람들이 태연히 일광욕을 즐기는 사진이 보도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라레푸블리카’는 “거의 매일 불법 노동시장이나 구걸 혹은 소매치기와 같은 경범죄가 발생하는 길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사건이 벌어졌단 소식을 듣게 된다”면서 “현재 이탈리아의 상황은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혐오의 확산은 이탈리아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 인종차별주의 및 외국인공포 모니터링센터’(EUM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06년 덴마크의 외국인 상대 범죄는 136.1%가 증가했으며 폴란드(52.2%) 슬로바키아(55.4%) 등 유럽 전반에서 외국인 혐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파 정부가 들어선 국가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독일에서는 2005~2006년 외국인 상대 범죄가 14.6% 증가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