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인권단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해야"
기사입력 2008-12-1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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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전북 이주사목센터 등 전북지역 7개 인권단체는 10일 성명을 내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단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단속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국이라는 오명을 듣게 될 것"이라며 "고용허가제법 개정안과 '비전문 외국인 인력 개선방안'도 이주노동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부가 체류 자격을 잣대로 사람을 합법과 불법으로 나눠 차별하고 있다"며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법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tele@yna.co.kr

[아시아, 아시아人]한국인 74% “이주노동자, 사회에 기여”
입력: 2008년 12월 09일 17:50:08
  


다문화 사회 설문
‘가장 심한 차별받는 집단’ 응답도

한국인들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지만 외국인 중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법제사법위원장 유선호 의원이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문화 사회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74.0%가 ‘외국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기여사항에 대해서는 78.9%가 ‘한국인이 하지 않으려는 업종의 일에 종사’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8.6%는 ‘한국민들에게 국제적 시각이나 관계를 갖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서’라고 답변했다.

외국인 중에서 가장 심한 차별에 시달리는 집단으로는 불법체류자 43.0%, 이주노동자 40.0% 순으로 집계됐다. 이주노동자 인권보호에 찬성하는 응답이 97.1%에 달해 ‘불법체류자’ 집중단속에 나선 정부 방침과는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이주노동자 인권 중 시급한 문제로는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30.7%)’, ‘임금체불(27.8%), ‘산업재해 보상과 의료혜택(22.0%)’ 순으로 지적됐다.

<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아시아, 아시아人]경제위기 첫 희생양은 ‘이주노동자’ 
입력: 2008년 12월 09일 17:49:59
  
ㆍ영세업체 폐업 속출… 산업연수생도 해고
ㆍ대부분 불법체류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지난 4일 오후 4시쯤 서울 가산동 디지털센터 내 한 전자부품 업체 공장.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건물 1층에 위치한 제조라인으로 들어서자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느 공장처럼 윙윙거리는 기계소리가 울렸다.



경제위기 한파 속에서도 공장은 가동되고 있었다. 다만 변화가 하나 있다. 최근 공장에서 일하던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사라졌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물경제 침체가 시작되자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를 해고시킨 것이다.

셋톱박스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5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올해 계획대로라면 매출액이 700억원을 넘어야 한다. 중국에 공장 2곳이 있고 한국 공장 직원은 200명 정도로 견실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이 공장도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 ‘쓰나미’를 피하지는 못했다. 이 업체는 올 하반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내년 1분기 생산물량도 절반이 빠진 상태다.

회사는 결국 동남아 이주노동자 8명을 해고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를 지키려다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 내년 상반기에 더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유연성을 길러두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이 경제위기의 첫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이다. 한 노동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대부분 불법체류자들이다보니 아무래도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도 속수무책이다. 또 다른 노동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고 너무 일감이 없다 보니 노조가 도와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지난달 15개 지부 9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제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일부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나 산업연수생을 해고하거나 자국으로 잠시 돌려보내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카오디오를 생산하는 또 다른 업체는 산업연수생들을 모두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이 회사는 경제위기 여파로 내년 초반까지 생산물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관계자는 “11월에 산업연수생 5명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됐을 뿐”이라며 “12월 중순에 다시 돌아오면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그러나 “회사에서 ‘일이 다시 바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월쯤에 오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자꾸 말들이 나오니깐 회사 측에서 ‘금방 온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 자동차 업체의 불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산업연수생들이 다시 고용될지는 미지수다.

중소업체의 생산량 감소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고용불안뿐 아니라 영세업체들의 폐업으로 아예 일자리를 잃은 이주노동자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센터에는 상주하는 노동자들도 늘고 있다.

용인이주노동자 쉼터 관계자는 “경기도에는 5~10명 정도 일하는 영세업체들이 많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터를 잃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며 “원래 쉼터에는 외국인노동자가 3~4명 정도였는데 오갈 데 없는 이들이 늘면서 지금은 1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업체의 휴·폐업으로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증가세도 뚜렷하다. 노동부에 따르면 ‘경영상 필요 및 회사사정에 따른 퇴직’ 등의 이유로 사업장을 옮긴 이주노동자는 전년동기대비(10월 말 기준) 171% 증가했고, 해당사업장도 1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월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성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 8월 719명이었던 이동건수는 9월 949명, 10월 1149명으로 집계됐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선동수 상담팀장은 “회사들이 일을 점점 줄여가는 상황이고 일이 없을 때는 쉬는 일이 많은데 이주노동자들은 쉴 때 임금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일을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한·김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