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주노동자 탄압국"

[인터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샤킬 씨

기사돌려보기 이동권 기자    


  "아노아르 위원장이 한국사람이라면 이렇게 했겠습니까? 노동자로서, 외국인으로서, 차별의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샤킬 직무대행이 가슴을 치며 털어놓는 이주노동자들의 설움은 폭력을 생산해내는 자본의 메카니즘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권위를 점거한 이들의 한숨에는 이주노동자들의 피를 짜내는 삶의 고통과 절망이 촘촘하게 스며들어 있다.
  
  

△민주노동당 조승희 노동위원과 얘기중인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샤킬 씨 ⓒ민중의소리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며 인권위 점거농성에 들어간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샤킬 씨를 만났다.
  
  샤킬 직무대행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억압, 탄압에 마지막 기댈 곳이 국가인권위원회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우리의 요구를 기만하고 법무부의 편에 섰다"고 분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 소송은 진행중이지만, 그는 보호소 안에 있어야만 한다"면서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보호소에 가둬두는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한국은 이주노동자 탄압국"이라고 성토했다.
  
  "아노아르 위원장을 풀어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습니다. 한 위원이 직접 청주에 내려와서 조사하고 간 후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한국정부에도 석방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아노아르 위원장을 방글라데시로 강제 추방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방글라데시 정부에 아노아르 위원장이 테러리스트로 활동했다는 거짓문서를 꾸며 보냈다. 조사에 나선 방글라데시 정부는 아노아르 위원장의 학교 생활 이력과 학생운동 시절 활동 등의 문서를 압수했으며, 경찰은 이슬람 테러조직과 연관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이기전에 인간입니다. 노동자로서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일할 권리가 있으며 차별받고 탄압받는 고통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땅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있다. 노조활동을 빌미로 아노아르 위원장을 감금하고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 탄압하는 것은 한국 정부 스스로 범법자임을 자임하는 결과이다.
  
  보호소에서라도 일단 내보내달라
  
  아노아르 위원장의 청주외국인보호소 생활은 어떠할까.
  
  샤킬 직무대행에 따르면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차라리 고국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할 정도라고 한다. 외국인보호소 생활은 감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인터뷰에 응해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샤킬 씨 ⓒ민중의소리  
  

실제 아노아르 위원장은 출입국 직원에게 짐승처럼 연행되면서 부상을 당했지만 치료도 받지 못하고 보호소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그는 또 건강이 악화돼 매일 약을 먹어야 하며,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위험한 상태에 이르러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샤킬 직무대행은 "소송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일단 보호소에서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초롱한 눈망울을 바닥에 떨군다.
  
  또한 그는 "일단 보호소에 끌려가면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임금을 받으려면 보호소에서 감옥살이를 계속 해야 하고, "그렇다고 받게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각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서 투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면서 "대시민 선전전과 언론 홍보를 통해 국가인권위를 압박하면서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을 얻어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샤킬 직무대행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사과도 꼭 받을 것"이라면서 "인권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국가인권위는 있으나 마나 하기 때문에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기탄없이 소신을 밝혔다.
  
  샤킬 직무대행은 민주노동당에서 내년 2월 노동허가제 개정에 대한 법안을 제출하는 것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무겁기만 하다.
  
  샤킬 직무대행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잘못된 이주노동자 정책도 고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http://www.voiceofpeople.org/new/news_view.html?serial=33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