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Focus - 프린트 서비스
[사회] 이주노동자들 ‘잡혀갈까’ 불안에 정신병 위협
돈없고 시간없어 만성질환 키워...건강권 보호 대책 시급
송옥진 기자 기자

한국인 평균보다 정신적 고통 심각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댐 수몰지구 주민들보다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어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이 실시한 조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일반정신건강 (General Health Questionnaire) 평균점수는 13.56으로 한국사회의 평균점수인 10.91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불안(Self-rating Anxiety Scale) 평균점수는 40.26으로 한국인의 평균점수 38.99보다도 높았다.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은 전북대학교 사회학과에 의뢰,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1월 27일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주노동자 685명과 진료 의료기관 40개를 대상으로 탐색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두통과 요통을 호소하며 마음이 불안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불규칙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에 이르는 46%가 불규칙적인 수면을 취하고 있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이보다 많은 52.6%가 불규칙한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일상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질병이 있어도 병원진료를 제대로 못받고 있었다. 한국에 입국한 후 아픈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61.3%에 달했지만 이들 중 병원진료를 받은 횟수가 1번 이하인 사람이 3분의 1인 29.5%에 달했다. 2~4번 간 횟수도 35.7%, 5~7번이 11.4%, 8번 이상은 23.4%에 그쳤다.

시간없고 돈없어 병원 못가 만성질환 키워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만성질환의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서 가장 많은 질환은 위·십이지장 궤양(25.1%), 고혈압(24.9%), 알레르기(18.4%), 류머티스 관절질환(12.7%), 당뇨병(10.3%) 등 발병 3개월 후에 드러나는 만성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류머티스 관절질환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온 후 아픈 경험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은 61.3%에 달했지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횟수는 2~4번 경험이 35.7%, 1번 이하가 29.5%, 8번 이상이 23.4%, 5~7번이 11.4%으로 몸이 아프더라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플 경우 치료 방법은 정기적 약물복용이 32.9%, 통원치료가 31.1%로 가장 높았고 입원치료는 15.6%,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는 12.8%로 나타났다. 약물복용 비율이 높고 병원치료를 제대로 못받는 원인은 진료비 부담과 함께 병원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건강보험카드를 가진 이는 30.1%에 불과, 10명 중 7명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다. 진료비가 부담스러워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절반에 가까운 43.1%에 달했고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사람도 35.4%나 됐다. 더욱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주 노동자의 무료 진료를 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 회원 카드라도 소지한 이가 23.4%에 불과해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노동자 건강권 확보 정책 필요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무료 진료소를 이용할 수 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자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월평균 무료진료 서비스 이용 횟수는 1회가 39.5%로 가장 많고 한번도 없다는 응답이 28.7%, 2회가 26.4%, 3회 이상은 5.4% 순으로 나타났다. 무료 진료소를 이용한 이들의 64.5%는 만족하고 있었지만 진료대기 시간(24.7%), 재정부족(20.3%), 진료시간 부족 (13.8%), 인력 부족 및 약품 부족(11.3%)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이주노동자들이 정신건강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등록 이주노동자와 미등록 이주노동자간에 별 차이가 없고 전반적으로 한국인의 건강상태보다 열악하다는 점이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주거환경에 처해 있으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사를 진행한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팀은 “이는 차별적인 법·제도·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의료서비스 제공기관을 포함한 한국사회 일반의 이주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사를 토대로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연구와 정책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주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기본적인 문진표와 처방을 다국어로 제작, 배포할 것, 의료공급자간 네트워크를 통한 의료정보 교환, 무료진료소 등 의료지원 서비스 홍보, 사용설명서 독해부족으로 인한 약물사용실태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6-02-20 오후 4:15:16  
© 1999-2005 CoreaFocus  
<저작권자 (c) CoreaFocus,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번호
제목
글쓴이
80 news scrap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 18일 대학로에서 열려 10
MTU이주노조
2005-12-19 11128
79 news scrap [스크랩] 노동부 '허위보고'일파만파 7
MTU이주노조
2005-07-01 10864
78 news scrap [스크랩] 고용허가제 해외서 '비리얼룩' / 노동부 해명보도 기사
MTU이주노조
2005-06-18 10847
77 news scrap [스크랩]국가별 인력 송출비용 실비 위주로 승인 13
MTU이주노조
2005-06-18 10822
76 news scrap 현대경제연구원 "다문화 시대의 경제적 영향" 16 file
MTU이주노조
2009-01-29 10766
75 news scrap "미등록 이주노동자 죽음, '자본의 자유'가 저지른 야만" -강제추방이 이주노동자 죽음 불렀다 7
MTU이주노조
2006-03-03 10743
74 news scrap 삶의 속살 포섭 못한 ‘진보담론’이 위기 불러 8
MTU이주노조
2006-01-04 10660
73 news scrap 시민단체, 이주노동자 사망 규탄 7
MTU이주노조
2006-03-02 10599
72 news scrap Immigrants Rally in Scores of Cities for Legal Status
MTU이주노조
2006-04-12 10538
71 news scrap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투신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MTU이주노조
2006-02-27 10531
70 news scrap 전비연 전국동시다발 비정규노동자대회 10
MTU이주노조
2006-04-03 10510
69 news scrap [스크랩] 단속반 출동 착각 이주노동자 심장마비로 숨져 10
MTU이주노조
2005-09-14 10470
news scrap [사회] 이주노동자들 ‘잡혀갈까’ 불안에 정신병 위협 9
MTU이주노조
2006-02-21 10351
67 news scrap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 외국인노동자 건강실태조사 6
MTU이주노조
2006-02-21 10291
66 news scrap '아노아르' 이주노조 위원장 석방 7
MTU이주노조
2006-04-26 10280
65 news scrap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국가신인도 매긴다면 9 file
MTU이주노조
2006-01-07 10271
64 news scrap 2050년 ‘늙은 대한민국’ 다섯명중 두명이 노인
MTU이주노조
2006-02-24 10271
63 news scrap [아침을 열며]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의 고통 6
MTU이주노조
2006-03-09 10115
62 news scrap 낮엔 동료 밤엔 포주 '추한 한국인'
MTU이주노조
2006-03-09 10109
61 news scrap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법 24일부터 시행 6
MTU이주노조
2006-03-27 1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