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도 개악 추진에 대한 이주노조 입장>

이주노동자 노예로 전락시키는 최저임금 제도 개악 반대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주노동자 죽이기에 본격 나섰다.
출입국, 경찰 등 공무원들에게는 몽둥이 집어 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더 세게 때려 잡으리고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자인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조차 못 깍아서 안달이다.
최근 정부, 한나라당, 경총 등이 한 목소리로 최저임금제도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들 중에서도 고령노동자, 이주노동자, 청소년, 장애인 등 가장 취약한 노동자층을 겨냥해 공격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도 일할 고령자들이 널렸다며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율이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감액 적용을 하겠다고 한다.
멀쩡한 노동자를 '수습생'으로 부려 역시 최저임금을 감액하는 기간을 6개월까지 늘린다고 한다.
최근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08년 3분기 노동자 1인당 월 평균 실질임금은 작년보다 2.7%나 낮아졌다고 한다. 특히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9.2%나 떨어졌다. 그런데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의 근거가 될 최저임금법 제도 개악을 추진하겠다는 이 정부의 발상은 너무나 끔찍하다.
그리고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기괴한 주장을 펴며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려 한다.  

1. 숙식 비용의 임금 공제

한나라당 김성조 대표 발의 법안에 나온 최저임금 개악 내용과 노동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법제도 개선방안」은 지난 9월 25일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비전문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에 포함된 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산성이 낮음에도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근로자의 고용비용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고용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표준근로계약서에 숙식비 분담 여부를 명확히 기재토록하고, 숙식비 공제 한도 및 수습기간 조정을 위한 최저임금제 개선도 내년 상반기 중에 노사의견 수렴 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현실에서 대폭의 임금 삭감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008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의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는 회사가 숙소 비용과 식사비용을 부담하는 비율이 각각 74%, 68.5%임을 보여준다.
현재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거의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거나 그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은 비전문외국인력 개선방안에서 정부 자신이 인용한 수치이다. 일반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최저임금(월 852,020) 수준으로 야근수당 등을 포함하면 114만원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노동연구원, 2008). 이런 상황에서 숙소 비용과 식사 비용을 임금에 포함시켜 공제하게 되면 이주노동자들은 20~30%의 실질임금 삭감이 예상된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임금의 많은 비용을 본국에 송금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을 꾸려 나간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임금이 대폭 삭감된다면 이들은 더욱 극빈층으로 내몰릴 것이다.  

▶ 이주노동자가 고임금이라는 괴변

정부는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수준이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한다.
그 근거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산성이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정부가 인용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생산성은 내국인 대비 89%이며, 임금은 내국인 대비 87%로 총 고용비용이 한국인 대비 97%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이 자료에 따르면 총 고용비용은 90.1%로 명시돼 있어 정부가 주장하는 한국인 대비 97%라는 통계의 근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애초 인용한 노동연구원의 자료에서 이 생산성 지수가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수치를 곧이곧대로 인정한다 해도 이 결과가 왜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몇 차례에 걸친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주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사업주들이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싼 임금이 아니라 안정적인 내국인 인력 채용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일터를 중심으로」(2007.11.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322개 업체 중에서 국내인력을 구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8.1%, 3년간 안정적 고용가능이 17.4%였다. 이것은 2003년 조사에서도 국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85.9%였다.
즉,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은 기업주들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필요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주노동자 고용을 통해 지나치게 저렴한 인건비 효과까지 얻으려 하는 것은 과도하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보통 이것이 언어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필요한 의사소통이라도 원할하게 할 수 있도록 노동부와 사업주들이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의사소통 문제를 낮은 생산성의 원인으로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의사소통 등의 어려움 때문에 취업 후 짧은 기간 내에 산재를 당하는 경우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 더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점차 외국 인력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지 이주노동자 개인들의 능력으로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 배치되는 문제, 근무형태도 주야 교대 근무인 비율이 한국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노동 조건은 고려하지 않고 생산성을 측정하는 것은 문제다.
게다가 사회복지 혜택도 매우 열악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주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66% 수준이며, 국민연금은 50%에 불과하다.  
한국인 노동자보다 더 긴 노동 시간, 더 위험하고 힘든 작업 조건, 여기에 한국인 노동자보다 낮은 임금과 더 적은 복지 혜택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인건비가 너무 높다고 말하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2. 수습노동자 수습 기간 연장에 대해

또 현행 법적으로 3개로 돼 있는 수습 채용 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상에 이주노동자를 포함시킨다는 것이 비전문외국인력 개선방안의 내용 중 하나다.
그런데 ‘산업연수제’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실제 노동자를 훈련생이라는 명분으로 과도하게 착취해 온 관행을 폐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수개 월 이상 적용하지 않게 되면 사실상 과거 산업연수제 시절로 회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근로 계약 해지 권리나 직장 이동의 권리를 원천봉쇄한 제도다. 즉 사업주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최저임금 유예 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최저임금 적용률이 얼마나 될 지 장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숙련도가 필요없는 업종의 경우 1년 단위 재계약 제도를 이용해 수습 사용과 해고를 반박할 위험도 매우 크다. 이것은 전반적인 임금의 대폭 삭감과 더 한 층의 고용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요약컨대, 정부는 한 마디로 숙식비 부담과 수습 사용이라는 방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노예로 부리려 하는 것이다.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로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임금조차 낮추려는 발상은 순전히 기업들의 이익과 입장만 고려한 것이다.
이 제도 개악을 중소 영세 사업주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라면 접근이 완전히 잘못됐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또한 이것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지급은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및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ILO 제111호 협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심각한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는 발상이다.  
무엇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인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깎아내리는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근거로 내국인 일자리 보호라는 명분을 들이미는 정부의 진정한 속내를 드러내 보여준다.
한국인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 사이에 차등 대우를 제도화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조건을 더욱 끌어내려 노동 시장 내 경쟁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본다. 더욱 형편없어지는 일자리를 둘러싼 노동시장 내 경쟁은 노동자들 내부에 분열과 반목, 적대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와 재계가 내놓은 최저임금제 후퇴 및 개악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오히려 최저 임금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폭 인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