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주노동자 단속반 피해 4층에서 추락, 중태……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단속 추방, 즉각 중단하라!


정부의 야만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이 또 다시 끔찍한 사고를 낳았다. 지난 8월 26일 부산출입국관리소는 울산 중구에서 심야 주거지 무단 진입 단속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33세의 젊은 중국 이주노동자가 4층에서 추락해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부상당한 작홍근 씨에 따르면, 방에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 상태에서 단속반이 기습적으로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이닥쳤다. 작홍근 씨는 너무 놀란 상황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4층 창문에서 뛰어 내려 이런 부상을 당했다.
부산출입국은 뻔뻔스럽게도 3-4주면 작홍근 씨가 퇴원할 수 있다며 이 정도 부상은 별 게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그는 추락 과정에서 머리부터 떨어져 안면과 두개골이 함몰되고 뇌출혈을 일으켰고, 오른쪽 팔이 심하게 골절되었으며 전신에 온통 멍과 상해를 입어 열흘 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현재 응급수술은 끝난 상황이고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 입원 중이지만 2, 3차 수술이 더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게다가 부산 출입국측은 “그냥 순순히 잡혔으면 될 것을 본인이 먼저 뛰어내려 일을 크게 만들었다.”며 치료비 지급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할 정도로 파렴치하다.
현재 남편의 부상 소식을 듣고 그의 아내가 한국에 입국했다. 불과 2년 전에 한국에 돈 벌러 간 남편이 이렇게 만신창이 돼 중태에 빠져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아내의 심정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처참할 것이다.

이 사건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단속의 심각한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역 출입국관리소 단속반들은 단속에 열을 올리느라 심야 단속, 주말 단속, 공장과 주거지 무단 진입 단속이 일상화 됐다. 심지어 경남 지역에서는 단속반이 가스총, 등산 스틱 등 계구를 사용하거나 단속 과정에서 도주 시도를 하는 경우 무참히 폭행을 당하는 일들이 종종 보고되고 있다. 8월 25일 부산 정관에서 단속당한 한 이주노동자는 단속 과정, 그리고 구금 중에 출입국 직원들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해 실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8월 16일 부천에서는 '자궁적출수술'을 앞두고 있는 필리핀 여성 환자를 무차별 단속해 추방을 강행하려 하다 항의에 부딪혀 출입국이 물러서는 일이 있었다. 바로 그 얼마 전에 가택 침입해 임산부를 잡아가는 반인권적 행태들이 있었다. 이런 일들이 지금 전국에서 매일 되풀이 되고 있다.
심지어 단속 건수를 올리려고 이주노동자들에게 프락치를 강요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으니 출입국의 단속 행태는 지금 인간사냥에 거의 미쳐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 단속은 올 연말까지 연장됐다고 한다. 지난 5월 ~ 7월 사이 8천6백여 명의 미등록 이주자들이 추방됐다. 올해 들어서만 1만5천여 명이 추방됐는데도 단속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대체 한국의 미등록 이주자들이 어떤 중범죄를 저질러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이들은 그저 대부분 평범한 노동자들이다. 정부가 때려잡지 못해 안달인 이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섞여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동안 이들의 '불법'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값싼 노동력을 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앞장선 정부가 이들 미등록 체류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때려잡는 것은 완전히 위선이다. 이들의 '불법' 노동으로 진정 큰 이익을 본 건은 한국 사회이고 한국의 기업주들이다.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와 보상은 못해줄망정 이런 탄압이 말이 되는가?  
아무리 단속을 해도 미등록 체류자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든 나라의 정부가 인정하는 상식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는 이런 단속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 미등록 체류자들에게 정당한 지위와 체류 가격을 부여하는 것만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다시 한 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단속 과정에서 중태를 당한 작홍근 씨에 대한 충분한 치료와 치료비 제공은 물론 불법적 무단 진입 단속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행한 출입국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한다.

2008. 9. 9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 이주노동자 추락 관련 책임자 처벌 및 살인적 단속 중단을 위한 울산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 자료를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