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5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와 함께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두 동지는 심리적 안정을 찾은 뒤였고, 의연하게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이 면회 때 변호인 선임을 하고, 구체적인 연행 경과와 건강 상태 등을 확인했습니다. 변호인 접견인 덕에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청주외국인 보호소 경비과 상황실장이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에 변호인 접견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면회 내용을 들어야 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한참 실랑이를 하는 일이 일어나긴 했습니다.
토르너 위원장은 이런 탄압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당했다며 안타까움을 표명했습니다. 소부르 부위원장도 부위원장으로서 이주노조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체포돼 동지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두 동지 모두 "언제까지 이주노조는 이렇게 탄압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매번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때마다 똑같은 탄압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 방법을 밖에 있는 동지들이 꼭 찾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면회를 마치고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보호 명령과 강제퇴거 명령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제출했습니다.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이 말하는 연행 과정

토르너 위원장 : 지금 생각해보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꺼번에 수십 명이 달려들어 붙잡는 것을 어떻게 피할 수 있었겠는가?
8시 좀 넘어 광화문 촛불 집회를 가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함께 있던 사무차장이 제압당하고 내 주변에 5-6명이 달라붙어 붙잡았다.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팔을 휘두르다 오른쪽 팔이 꺾였는데 목 디스크가 있던 터라 지금도 어깨에 통증이 있고 팔을 들어올리기가 어렵다. 한 명이 내 무릎 아래 부분을 가격해 다리에 힘을 쓰지 못하게 했다. 그 때 단속반 두 명이 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물론 이런 폭행 장면은 촬영하지 않았다. 결국 끌려서 25인승 버스에 실렸고 차 안에서 보호명령서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들은 내 전화기 빼앗아 전원을 꺼버렸기 때문에 나는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 없었다.
나를 태운 버스가 어딘가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말해 줄 의무가 없다며 말해 주지 않았다. 차안에 있는 내내 두 사람이 내 양 팔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도망칠 수도 없으니 팔을 놓아다라고 했지만 그들은 대신 수갑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결국 난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할 때까지 양 팔을 붙잡힌 채 앉아있어야 했다.
밤 9시 경에 서울출입국관리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목동에 도착할 때까지 수시로 어딘가로 연락하며 출입국관리소 앞 상황을 살폈다. 아마도 그 앞에서 차량을 막아설까봐 항의하는 사람들이 와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 같았다. 목동에 도착해 매우 짧은 시간 머물다가 바로 옆에 있는 양천경찰서로 나를 데려갔다. 거기서 다른 차로 갈아태우고 어딘가로 또 향했다. 광명 부근으로 보이는 어떤 고속도로 부근에서 차를 멈추고 대기했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조금 지나 5-6명이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 소부르 부위원장이었다. 너무나 깜짝 놀랐고 앞이 캄캄했다. 우리는 같은 차에 실려 청주외국인보호소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청주에 도착한 후 항의 끝에 간신히 전화기를 돌려받아 노조에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동지들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었다.
신체검사를 받을 때 나는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방으로 배정돼 그것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내가 갇혀 있는 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알고보니 이 방은 까지만 위원장이 갇혀 있던 방이었다. 나는 내 처지가 꼭 살아있는 시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런 순간이 올지는 몰랐다. 우리 노조는 언제까지 이런 탄압에 시달려야 할 지 그것이 답답하다. 하지만 밖에 있는 동지들이 머리를 모아 고민한다면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 방법을 찾기 바란다.  

소부르 부위원장 : 저녁 8시 20분 경 토르너 위원장이 사무실 앞에서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동료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밤 9시 경, 혹시 불안한 마음이 들어 현관 문을 열고 주변을 살펴보려고 나왔다. 마당에 인기척이 느껴져 급히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몇 걸음 떼자마자 10여 명이 내 집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나는 그들에게 누군데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오냐고 항의했지만 연행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그들에게 붙잡혀 대문 밖으로 나와 보니 토르너 위원장 체포와 동시에 진행된 계획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내 집 주변 곳곳에서 잠복하고 있었고, 심지어 내 집 부근에서 길을 가던 방글라데시 한 여성을 단속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단속반들 중에 며칠 전 한 이주노동자 행사 때 연대 단체 활동가라고 알았던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알고보니 그 사람은 이주노동자 활동에 연대하는 사람으로 가장해 모임에 참가해 여러 활동가들에 대한 신상 정보 등을 수집한 출입국 단속반 직원이었던 것이다. 아마 내 집의 위치도 그 때 미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합원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나 역시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것들을 하나도 못하고 1달 만에 이렇게 되니 많이 속이 상한다....하지만, 노조 지도부가 계속 탄압받는다고 노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차별받고 고통받는데 이런 문제에 맞서 싸우려는 동지들이 생겨나는 건 너무 당연하다. 다만,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이런 문제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상태
토르너 위원장은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 비염, 정신적 중압감 등을 호소했다. 연행 과정에서 오른 쪽 팔이 꺾여 통증을 호소했다.
소부르 부위원장은 평소 신장과 폐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검진을 원하고 있다.


- 이주노조 교선차장 이정원

- 면회 문의 : 이주노조 02-2285-6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