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인가요?
사장이 시키는 데로 일만 하는 기계인가요?
인간 사냥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잡으려고 쫓아다니는 짐승인가요?
불법 딱지가 무서워 숨어 있어야 하는 불법 사람인가요?
우리는 한국 땅에서 일하고 싶어서 관광비자로, 학생비자로 들어와 비자기간이 끝나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연수생 공장이 너무 힘들어 나왔더니 불법체류자가 되었습니다.
가끔씩 있는 단속을 죽을 힘을 다해 피했습니다. 사장이 월급을 안 줘도 일했습니다. 손가락이 오그라들고 가슴이 아파도 일했습니다. 이렇게 뼈빠지게 몇 년간 일하면서 이제 한국 문화도 알게되었고, 기술도 익혀서 기술자가 되었는데 이제 한국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면서 우리를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제 친구는 라면 사러 슈퍼에 갔다가 슬리퍼 신고, 라면 봉지를 손에 쥔 채 잡혀갔습니다. 다른 제 친구는 출입국직원을 피해 도망가다가 개처럼 질질 끌려갔고, 어떤 친구들은 물고기처럼 그물에 묶여 잡혀갔습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정부는 이렇게 우리들을 쫓아내고 새로 사람을 데리고 오겠다고 합니다. 2003년 7월에 국회에서 고용허가제라는 법을 통과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이주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허가제는 공장을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자유도 없고, 1년마다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하기 때문에 사장이 시키면 시키는 데로 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고되어 다시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라고 말은 하지만 연수생들이 노예처럼 일만하고 노동자 권리가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 노예 법, 고용허가제가 2004년 8월부터 시행되고 한국에는 8만 여 명의 새로운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이제 한국정부는 불법체류자들은 다 쫓아내고 노예 노동을 하는 연수생과 새로운 노예제도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들을 쓴다고 합니다. 연수생이 어떤지 알고 있습니까?
하루에 14시간 15시간 밤늦게까지 기계랑 하나가되어, 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헷갈리며 일을 합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 기계소리는 윙윙 들리고, 밤참으로 주는 빵 조각 위에 가족들을 떠올리는 눈물을 떨구며 일을 해도 한 달에 받는 월급은 고작 60만원. 공장장은 빨리빨리 일하라고 소리치고, 사장은 우리를 인간 취급도 하지 않습니다. 노동자가 뭔지, 노동자 권리가 뭔지 정말 저 하늘에 있는 구름만 같습니다. 우리는 그저 빨리빨리 일을 하는 기계 같습니다. 몇 백 년 전의 노예 같습니다.
이런 연수생과 고용허가제는 우리는 노예로 만들고, 불법체류자들은 단속을 피해 숨죽이며 숨어 있거나 짐승처럼 잡혀 갈 것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누구입니까?
나라에 일자리가 없어서 아니면 더 나은 생활을 꿈꾸며 가족들과 나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입니다. 누구나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고 살면 이주노동자가 되듯이 우리는 한국에 이주해서 노동하는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에게는 어디서나 노동할 권리,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숨어 있지 말자! 이제 노예처럼 숨죽이며 살지 말자! 당당하게 우리 노동자에게 노동할 권리, 이 땅에서 살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자! 노예처럼 일해야 하는 연수제도를 없애고 당당하게 노동할 수 있는 노동비자를 요구하자! 불법이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합법적인 비자를 요구하자!
우리가 요구하는 노동비자는 고용허가제처럼 공장도 못 옮기고, 1년마다 계약해서 3년까지만 있다가 나라로 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도 마음대로 옮길 수 있고, 최소한 5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 할 수 있는 비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금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단속추방을 즉각 중단하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라는 것입니다.
노예제도인 산업연수제, 고용허가제 철폐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요구를 가지고 지난 11월 15일부터 지금까지 160일이 넘게 명동성당에서 농성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우리가 불법이 아닌 당당한 노동자임을 투쟁으로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이주노동자 동지들이 이 투쟁에 함께 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인가요?
사장이 시키는 데로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인간 사냥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잡으려고 쫓아다니는 짐승이 아닙니다.
불법 딱지가 무서워 숨어 있어야 하는 불법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땅의 노동자입니다.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114주년 세계노동절 맞이 전국 이주노동자 대회
- 4월 25일 오후 2시
- 종묘공원(명동까지 행진)
노동자 투쟁 문화제
- 4월 30일 오후 7시
- 중앙 대학교
세계노동절 대회
- 5월 1일 오후 2시
- 대학로
강제추방저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투쟁단
Home page: http://migrant.nodong.net/sitin E-mail:migrant@jinbo.net
Tel: 016-562-8119, 017-293-6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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